세계4대진미_돼지국밥 2022. 5. 6. 23:16
남들에겐 그렇게 착하게 구는데도
왜 넌 너에게 그렇게 야박해


빈지노 형님의 폭풍 같은 랩과 팩폭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지만, 찰진 딕션과 참신한 플로우 때문에 계속 이끌리듯 듣는 노래다.

https://youtu.be/g4uWEaZqP1w

하고픈 걸 그냥 해
정답은 없어 분명히
다 너가 그리면 돼
몇 명은 너에게 이미 그려진
지도를 쥐어주겠지만
그걸 무시하는게 우리에게는
지금 필요해
서울이란 무지 큰 거울 같은 데에서
난 모조리 깨부시려 해
그리고 너가 필요해
어서 be my friend


지도는 세상을 보는 창, 거울은 자신을 보는 창이다. 삶을 구성하는 아주 중요한 두 요소이지만, 그게 누구의 것인지는 더욱 중요하다. 자신으로부터 나온 창일 때 행복할 수 있다는 건 알지만, 외부(사회, 다수)로부터 주어진 창에 의존하고 싶은 마음을 이겨내기에는 그 앎만으로는 늘 부족했다. 수능 문제를 내가 풀고 정답지 없이 내가 직접 채점한 것이 내 성적이 될 수는 없지 않은가? 나는 나 자신에게 공신력이 없기에, 외부에, 특히 다수 및 사회에 거의 절대적인 권위를 부여하곤 한다. 그렇게 주류의 지도만 보며 세상을 해석하고, 주류의 거울에 나를 비추며 자기 검열한다. 적어도 평가의 객관성만큼은 잃지 않고 있다는 점을 내세우며, 선택에 만연한 불안을 일부 덜어낸다.

내 마음 속에 있는 가치 체계는 내버려 둔 채, 준거 집단이나 표준의 가치 체계를 그대로 생각에 반영한다면. 나 아닌 누군가가 그려준 지도에 없는 장소는 절대 가지 않고, 나 아닌 누군가가 세워둔 거울로 볼 때 거슬리는 행동은 절대 하지 않는다면. 그렇게 get하지 않은 것들에 ‘상식 밖, 비정상, 비주류, 표준 이하, 고위험’이라는 표식을 부여하며, 결과에 만연한 불만을 일부라도 덜어낼 수 있을까?

이 노래와 랩 가사에 자연스런 공감이 되는 이유는, 대중적 편견과 잣대의 어두운 부분을 경험해왔기 때문일 테다. 내가 하고픈 걸 하면서 내가 직접 지도를 그리고 내가 직접 아담한 손거울을 만들자는, 이 노래의 메시지가 응원을 넘어서 일리로 다가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두 가지 목표가 생겼다. 첫째는 이 노래가 선망의 대상이 아닌 공감의 대상이 되는 것, 그래서 빈지노 형님이 idol이 아니라 friend가 되는 것. 둘째는 이 노래를 매끄럽게 완곡하는 것. 빈지노 형님의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쏘는 랩을 따라해 보고 나면 잠깐 동안 평소보다 1.5배 빠르게 말하게 되는 나를 발견하며 신기해지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