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4대진미_돼지국밥 2022. 8. 9. 01:37

아스팔트 도로 위에 곱게 떨어진 담배꽁초. 그것을 쓸어담다가 문득, 생각이 든다. 세상은 참 무심하구나.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행동으로 인해 괜히 내가 피해를 입는 게 싫은데, 이제는 가게 앞 도로가 재떨이라도 되는 것처럼 익숙하게 다가온다. 그런데 아스팔트 도로에 찌부러져 쫙 엉겨붙은 담배꽁초를 발견할 때면 가끔, 생각이 든다. 삶은 되게 짓궂구나.

자신의 제 1순위 할 일에 집중할 수 있는 것만큼 큰 행운은 없다. 충분한 행운 덕택에 어렵지 않게 삶을 풀어나갈 수 있기를 늘 바란다. 하지만 그런 바람도 무색하게 예기치 않은 불운이 찾아오거나, 너무나 일상적이고 익숙한 장애물이 왠지 버거운 존재로 다가오기도 한다. 언제나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일이다. 다 놓아버리고 싶은 마음이 들 때, 적잖은 위로가 되는 노래가 있다.

https://youtu.be/3hrHjHiEfuM


앞날이 막막한 것, 동기부여가 좀처럼 되지 않는 것, 그리고 어떤 하루 내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어느 정도 불운의 탓이다. 내가 전적으로 짊어져야 할 짐의 전조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제 1순위보다 더 자극적인 무언가(주로 어떤 유튜브 채널)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두 가지 종류의 잡다한 것을 떨쳐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삶의 짓궂은 장난에 놀아난다면, 그 장난에 당한 내가 부족한 것도 맞고, 그 장난을 벌인 삶도 잘못한 것이 맞다. 나는 삶이 야속하다 여길 때가 많았고, 이 노래가 묘사하는 삶도 마침 그런 녀석이다.

동그랗게 그리고 싶지만 자꾸만 비뚤어지는 동그라미. 하나 채워넣기 무섭게 둘셋 불어나는 네모 칸. 삶이 벌이는 장난이고, 나의 눈에는 불운인 그것은, 삶의 어느 시점에나 존재해 왔다. 꼭 탄탄대로를 걷거나 이상적인 자아상이 발현돼야 만족할 수 있다면 비극이 아닐 수 없다. 반면 그게 애초에 행운이 따라주어야 가능한 것임을 인정한다면, 기대를 조금만 낮추어 한결 여유로운 마음으로 나아갈 수 있을 테다.

취업을 준비하는 시기가 20대의 암흑기라고 평한 친구가 웅장해진 가슴을 가다듬으며 내게 공유해준, 어떤 경제학 교수님의 수업 중 말씀이 떠오른다. "합리적 인간을 공부하는 경제학도가 집안 환경이 안 좋다고, 취업 시장이 안 좋다고 낙담하거나 푸념만 늘어놓으면 되겠나. 주어진 제약 조건 하에서 최적의 의사결정, 최선의 노력을 해야지."

엄청 바쁜 일이 있는 사람에게는 담배를 피고 난 뒤 불씨만 밟아 끄는 것보다는 꽁초 자체를 짓이겨 버리는 짓이 더 합리적인 행위였을 테다. 꽁지 부분의 공기만 차단하는 거는 조금 더 많은 마음 씀씀이를 요구하니까. 단지 그게 가게 점원의 외부불경제를 야기한다는 점을 의식하지 못했을 뿐이다. 그런데 나는 어떤 종류의 불운이 닥쳐왔을 때 합리적으로 대응한 적이 얼마나 되던가? 제약 조건에 변화가 생겼다고 해서 목적 함수가 사라지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

그럼에도 역시 완벽하군 나의 여인


완벽은 '그런 일'이 전혀 없는 상태가 아니라, '그런 일'이 있어도 끄떡 없는 태도를 가리키는 말이라고, 이 시대의 아이콘 IU는 노래하고 있다.

만약 윗 지방에 떨어진 물폭탄이 우리 가게 앞에도 떨어졌다면, 담배꽁초를 쓸어담는 일은 없었겠지만, 귀가는 고사하고 비 맞으며 물 퍼내기 바빴을 것이다. 모두에게 큰 피해 없이 지나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