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는 여정을 담는 그릇

2022 부산코딩경진대회 후기

세계4대진미_돼지국밥 2022. 8. 28. 00:57

근데 이제 넋두리를 곁들인...

작년보다 2주 늦게 치러진 대회. 처음 공고가 뜬 것을 봤을 때에는 많이 놀랐다. 벌써 일 년이 지났구나. 작년에는 제대로 푼 게 한 문젠가 있어서 다음에는 입상을 하고 말겠다고 다짐했던, 그런데 뜻밖의 입상으로 기분이 좋았던, 그래도 대상을 위해 달려야 겠다 싶어서, 상장을 수령하러 갔을 때 교내 담당자 분께 내년에도 열리는지 여쭤봤는데 개최 여부가 불투명하다고 말씀하셨던, 그 대회가 올해도 열렸다. 이건 기회다..! 내 PS 실력이 얼마나 성장했는지 확인해 볼 기회, 그리고 용돈을 벌 수 있는 기회.

https://cf.festa.io/img/2022-8-19/d4fdc3ef-1680-4762-9cea-1b8d75de3211.png


그러나 이 대회는 예상보다 훨씬 강력했다. 2시간 동안 4문제를 푸는 대회였으나, 무려 0솔에 빛바랜 결과..!

처음 본 1번 문제는 단순 조건 분기 문제로 브론즈 상위 정도 되지 싶었다.
처음 본 2번 문제는 단순 구현 문제로 실버 상위 정도 되지 싶었다.
처음 본 3번 문제는 한 번 읽어서는 가늠이 안 되지 싶었다.
처음 본 4번 문제는 트리 디피 문제로 플래티넘 하위 정도 되지 싶었다.

오? 일단 못해도 3문제 정도는 풀 수 있을 것 같다! 그 생각은 1번 문제의 소스 코드를 채점하고 WA를 맞았을 때 흐릿해졌고... 2번 문제를 아무리 정독해도 도대체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을 때 싹 사라졌다.

대회인 듯 대회 아닌 대회라는 대회가 끝나고 화가 많이 났다. 내가 여태 이걸 기대했던 건가, 현타가 물밀듯 밀려 왔다. 2문제를 잡고 벌인 2시간의 삽질 끝에, 다른 건 몰라도 출제 오류에 대한 확신만큼은 얻을 수 있었다. 월요일이 되면 '접수 페이지 내 채팅 상담' 창구를 통해서 알아보려고 한다. 문의 내용에 대한 상세한 답변을 받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왠지 기대가 안 된다. 담당자명, 담당부서, 전화번호 중 무엇 하나도 없는 익명성이 별로 좋지 않은 징조이다.

차라리, 1번과 2번 지문이 아무리 완전탐색 방식으로 이것저것 시도를 해 봐도 완전한 요구사항으로 치환될 수 없음을 빠르게 포착하고, 3번과 4번에 도전할 줄 아는 안목과 감각을 평가하기 위한 대회라면, 덜 억울할 것 같다.

이럴 줄 알았으면, 어제 아버지와 식사할 때 소주 한 병 하겠냐는 당신의 물음에, 내일 대회 때문에 마시기 좀 곤란하다고 말씀드리지 말걸. 무심코 마신 소주 한 잔이 계좌 잔고를 바꿀 수도 있다는 민감함이었지만, 그냥 무심히 취하는 게 더 나았을 것 같다. 올해 가장 불쾌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