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not <Bad Day>
오늘 학교 컴공과에서 3일간 열리는 테크위크의 첫날 행사 중 프로그래밍 경진대회에 참가했다. ucpc를 함께 나간 멤버 그대로 출전해서 유종의 미를 거두고 1등 상품도 받자고 함께 다짐했다. 그러나 2등으로 마무리했다.
납득 가능한 결과가 아니었다. 개인 pc가 아닌 전산실 컴퓨터 사용이 필수였는데, 하필 팀원 A가 풀이 코드를 작성하던 중 블루 스크린이 떠서 그간의 시간을 날리게 되었다. 그리고 내가 대회 시작부터 계속 맞왜틀 하고 있던 문제는 대회 시작 후 1시간 30분이 지나고 나서야 무효 처리 되었다. 출제자가 제공한 솔루션 코드가 틀린 코드라서 채점 데이터에 오류가 있다는 아주 충격적인 이야기와 함께.
그 문제를 풀어서 1등팀을 추월하려고 애쓴 지난 시간이 무색하게도, 사실상 우리 팀은 2명의 인원으로 대회를 참가한 꼴이 되었다. 심지어 내가 코드 짜느라 허비한 시간도 커다란 손실로 작용한 셈이다. 더 이상 풀 문제가 없는 우리는 1등팀과 비슷한 시각에 대회장을 나섰다.
팀원과 아쉬운 인사를 하며 헤어진 다음부터 무수히 많은 ‘if not’이 머릿속을 가득 메웠다. 출제진 및 검수자가 이벤트성 대회라도 조금 더 신경써줘서 문제에 오류가 없었더라면 어땠을까? 아니 내가 그 문제 말고 다른 문제에 시간을 투자했다면 달랐을까? 아니 우리 자리의 컴퓨터에 블루 스크린이 뜨지 않았더라면 또 몰랐을까?
아무리 운칠기삼이라지만, 오늘 대회는 공정성의 통제와는 거리가 먼 운9기1의 변별력을 가졌을 뿐이다. 생각이 거기에 이르니, 우리보다 실력이 좋은지 확실치 않은 1등팀보다 못한 2등이라는 결과를 받아들이기 너무 거북했다.
그냥 운이 좀 안 좋았던 날이라고 여기기엔, 1등 상품 대신 받을 2등 상품이, 마땅치 않은 근거로 기각되어버린 지난 날의 노력이, 우리가 오늘의 대회를 통해서라도 거두려 했던 유종의 미가, 아쉬우리만큼 무색하다.
https://youtu.be/-reIEyYxgxA
Sometimes the systems go on the blink
And the whole thing turns out wrong
You might not make it back, and you know
That you could be well, oh, that strong
And I’m not wrong, yeah.
이 가사의 도움으로 머리를 비우고 오늘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길 바란다. 생각해 보면, 이미 놓쳐버린 것들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이미 오류로 판명난 문제를 붙들고 있는 것과 다를 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