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석양이 지는 별에서 - 세라 스튜어트 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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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석양이 지는 별에서
수십억 년 동안 여름을 기다리던 행성,화성을 사랑한 과학자의 아름다운 고백NASA의 화성 탐사 계획에도 참여한 바 있는 저자의 전문가적 식견과 풍부한 감수성이 돋보이는 『푸른 석양이 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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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상 깊은 글귀
p.58
나는 암석의 조각조각을 보면서 피상적인 지식을 얻고 싶지는 않았다.
그저 일관성을 지닌 천체를 알고 싶었다.
p.266
탐험가들은 사람이 살지 않는 땅을 헤매고 다니는데, 심지어 혼자서, 계속 혼자 남을 요량으로 트레킹을 완주한다고 했다. 하지만 그들이 지나는 길은 겹치기 마련이었다. 불확실하지만, 동시에 불가피하기도 한 우연적인 만남에 대해 나는 끌림을 느꼈다. 이것은 마치 인간성을 단순히 표현한 것같이 보였다. 어떤 순간에는 완전히 고립되어 우리는 자연 속에서 똑같은 휴식을 취하고 싶어 하고, 드라마틱한 절벽을 보고 싶어 하고는, 서로를 찾는다.
p.306
우리는 인간의 뇌에 인간의 두개골을 가지고 있고, 우리 주변의 것들에 대해 잘 모른다. 우리 인식과 지식의 한계는 특히 극단으로 갈수록, 예를 들면 우주를 탐험할 때와 같은 경우 뚜렷해진다. 우리가 누구이고, 어디로 가며, 왜 여기에 있고, 왜 아무것도 없지 않고 무엇인가가 있는지에 대해 알려 주는 데이터는 거의 없다. 이것은 과학의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의 고통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일생을 이해하기 위해 애쓰며, 동굴의 좁은 틈으로 들여다보며 산다.

# 한 글 감상
영화 <마션>이 유한한 존재인 인간이 무한한 우주 속에서 살아남으려는 투쟁을 그려낸 작품이라면, 이 책은 인간이 우주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모험을 그려낸 작품이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많은 행성과학자, 생물학자, 공학자 등등의 사람들이 남긴 발자취가 없었다면, 인류가 화성이라는 미지의 세계를 향해 발걸음을 내딛는 것도 확실한 불가능의 영역으로 남았을 것이며, 결국 화성을 실감나게 묘사한 영화 <마션>도 탄생할 수 없었을 것이다.
책을 처음 펼치면 목차부터 살펴보는 내게, 이 책의 목차는 정말 의미심장한 흐름으로 다가왔다. 점에서 선으로, 선에서 면(또는 공간)의 끝자락으로 나아가며, 경계를 넘어서기 위해 애쓰고 끝내 그 경계를 넓히는 굵직한 흐름. 그것은 '미지가 기지로, 기지가 미지로'(Unknown to known, known to unknown) 바뀌어 가는 인식 전환의 연속을, 지식의 역사 발전을, 그리고 한 인간의 인생 서사를 잘 묘사하고 있다. 목차를 보자마자, 과학 분야 도서를 별로 즐겨 읽지 않는 내가 이 책만큼은 즐겁게 읽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생겼다.
그 기대가 초반에는 흐릿해졌다가, 작가가 화성에 새긴 오륜기 문양을 보며 현자타임에 접어들었던 이야기를 하고 나서부터 차츰 선명해졌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화성에 관한 인식의 지평선을 넓혀가는 과정은, 온갖 생소한 이름들이 등장하여 그 구체적인 면면을 속속들이 들여다 볼 수 없었다. 어렴풋한 상상으로 공백을 채우며 이야기를 따라갔음에도, 저자의 메시지가 선명하게 받아들여졌던 이유는, 아마도 우리가 무언가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일 테다.
망원경 렌즈의 작은 초점에 의지하여 화성의 존재를 지각하고 새로운 특징을 발견하던 사람들은, 어느샌가 어두운 하늘 위로 기다란 항로를 발명하여 화성에 가까이 다가가고 있다. 이 책의 저자를 비롯한 학자들은 광활한 자연 속에 숨어 있는 하나의 점과 같이 작은 개체에 주목하고, 축적되어 있는 지식 체계와 그 새로운 점을 연결하는 하나의 선을 찾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 그 과정이 진행됨과 동시에, 지구의 이웃 화성이 울타리 안으로 들어오고 있다.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에 관한 이해의 범위가 확장되고 있다.
이같은 발견과 연결, 초월의 경험은 학자뿐만 아니라 모든 인간이 공유할 수 있는 것이다. 팝콘처럼 튀어오른 호기심을 충족하기를, 한 편의 영화처럼 짜임새 있고 완결된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기를 원하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말이다. 삶 전체를 이루는 시간과 비교할 때 미세한 점에 불과한 한 순간이 호기심을 일깨우고, 찰나의 반짝임이 일었던 그 지점을 향해 홀린듯 길을 찾아 걸어간다. 이내 그 경험을 곱씹어 보고 나서 결국 자신이 활동하는 세계가 넓어졌음을 자각한다. 우리는 모두 그런 방식으로 신기한 것을 받아들이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며, 더욱 깊고 넓은 앎을 행하며 삶을 사는 게 아닐까? 이 책에 담긴 이야기들이 그러한 경이와 관련 있기 때문에, 내게 이질적인 단어들로 전달되고 있음에도,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것과 동질적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화성에 관해 떠올릴 수 있는 것은 영화배우 맷 데이먼이 감자 농사를 짓는 모습밖에 없는 내가, 화성에 관하여 한 권의 책은 거뜬히 써낼 수 있는 사람들과 무언가를 공유할 수 있다는 점 또한 경이로운 일이다. 거대한 우주 속 왜소한 먼지에 불과한 인간 실존의 한계에 직면하다가도, 그 압도감에 가끔 힘없이 무너져 내리더라도, 주위를 둘러보면 그게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님을 깨닫곤 한다. 인류가 위대하다고 말할 수 있는 진정한 이유는, 지식을 전승하고 축적하는 집단지성 때문이라기 보다는, 그 구석구석에 스며들어 있는 '경이로 가득찬 세계에 대한 감성'을 인간이라면 누구나 공유할 수 있기 때문일 지도 모르겠다.
영화 <마션>과 수필 <푸른 석양이 지는 별에서>는 공통적으로, 티끌처럼 작은 '의미의 가능성'일지라도 거기서 실낱 같은 희망을 발견하고, 경계 너머로 기꺼이 몸을 내던지는 도전 정신이 돋보이는 이야기다. 주변 사람들이 회의적인 시선을 쏘아 보내고, 자신이 지향하는 바가 지금까지의 인식 체계나 삶의 방식 저편에 있을 때면, 한 인간으로서 느끼는 공허함과 무력감에 무방비하게 노출되곤 한다. 하지만 아무리 어두운 동굴일지라도, 빛이 통하는 작은 구멍은 늘 있기 마련이다. 그 구멍을 통해 진리 또는 '참'에 관한 영감을 얻기도 하고, 자신과 다른 듯하면서도 닮은 도전을 하고 있는 사람들과 공감하기도 한다. 그때부터 자신을 둘러싼 어둠이 '허무'가 아님을 깨닫는다. 그렇게 모두 함께 힘을 주고 받으며, 인류 문명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동력 또한 만들어 온 것 아닐까? 이 순간만큼은 이 책이 내게 그 구멍이자 통로이며, 그 덕택에 내가 걸어가는 여정이 나 혼자만의 길이 아니라는 점을 직시할 수 있다.
# 한 줄 감상
이 책이 하나의 우주라면, 글자로 담아내는 이야기는 천체이고, 여백에서 피어나는 분위기는 암흑 물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