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수 있을지는 해 봐야 알겠지. 일단 <날아>
가수 이승열 씨가 부른 tvN 드라마 <미생>의 OST. 아래 영상에서는 <싱어게인 : 무명가수전>의 20호 참가자, 가수 이정권 씨가 부르고 있다. 그토록 절실하고 소중한 무대였고, 계속 살아남았어야 했음에도, 왜 경연에 유리한 곡과는 거리가 먼 이 노래를 선택했던 건지 이제 알 것 같다. 감사한 일이다.
"모든 사람은 각자의 무게를 짊어지고 살아간다." 라는 귀에 익은 격언을 근거로 내게 주어진 짐을 받아들인다. 내 몫을 어느정도 해내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수 있으리란 희망이 있으면, 세상이 그토록 밝아 보이는데, 정반대의 경우에는 그토록 어두울 수가 없다. 무겁고 어두운 심해에 홀연히 던져진 듯한 기분에 압도당하면 생각마저 위축된다. 무기력에 빠지고는 자연스레 이런 질문을 마주한다. 왜 내 짐만 이렇게 무거운 걸까? 왜 점차 가벼워지지 않고 끝없이 무거워지는 걸까?
겉잡을 수 없이 불어나는 의문은 또다른 짐이 되고 만다. 나는 저 밑으로 가라앉는다. 누군가 나를 건져 올려주면 좋겠지만, 내가 보낸 구조 요청이 아무에게도 가닿지 않았을 때의 좌절감을 떠올리면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그런 절망만큼은 마주하기 싫다. 그럴 수 없다. 내 안에 있는 나만의 짐을 밖으로 꺼내보일 수 없다.
그럴 때 이 노래는 내가 주저앉아 있는 이 곳까지도 목소리를 보내온다. 목소리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여기서 멈춰 있지 마라고, 이 곳은 내 자리가 아니라고, 견딜 수 있다고. 얼마나 오래 지날지 시간은 알 수 없지만, 그 시간동안 누군가의 손길만 바라고 있을 수는 없지. 맞아, 그렇지.
힘차게 일어나 여기서 벗어나는 것, 그것을 온전한 내 몫이라 하면 더더욱 무겁다. 아들러 심리학의 조언이 깊게 와닿았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으로부터 딱히 힘을 얻을 수 없었던 이유인 것 같다. 다행히 이 노래는 내게 무거운 짐을 던져주지 않는다. 한 번의 날갯짓이면, 기나긴 시간을 견디며 하루에 한 번만이라도 날갯짓을 한다면, 그거면 된다고 말한다. 가야할 곳이 멀리 있다면, 그만큼 먼 거리를 날아갈 기회를 얻은 것이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으면 되는 거겠지. 그 바람길에서는 혼자가 아니겠지.
내가 책임져야 할 모든 것, 우리 가족의 행복한 웃음, 꼭 이루고 싶은 그 바람이 더 이상 나를 주저앉게 하는 짐이 아니라 날아가게 하는 힘이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