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4대진미_돼지국밥 2021. 9. 11. 03:12

2021년 9월 10일 금요일.

해낸 과제 수 = 0

들은 강의 수 = 0

남아있는 멘탈 = \0

 

그리고, 완성될 듯 완성되지 않는 로직

 

집으로 돌아오는 지하철 안에서 돌아본 오늘 하루였다.

과제 하나를 붙들고 늘어진지 2일차, 아무 진전도 이뤄내지 못한 채,

이 풀이법에서 저 풀이법으로 돌고 돌기만 하는 하루 속에 머리를 쥐어뜯으며,

오늘 해 놓아야 겠다고 예정해 놓았던 것들에는 결국 손도 대지 못한 하루를 보내주며.

 

진전 없이 하루종일 삽질만 하고 나면, 그때 찾아드는 내 능력에 대한 회의감은,

자연스럽게 그 일의 시작이었던 내 선택에 대한 회의감으로 번진다.

어느 순간부터 머릿속은 과제에 대한 생각 말고도,

나에 대한 의심 어린 생각들로 가득 차 있게 되었고,

개운함이 필요하다 싶어 냉수마찰이나 하기로 했다.

 

그러고 나서 과제는 내일 아니면 모레의 나에게 맡기기로 하고, 이 책을 마저 다 읽었다.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3292149

 

리버보이

전 세계 21개국 사람들의 영혼을 두드린 최고의 성장소설해리포터를 제치고 카네기 메달을 거머쥔 팀 보울러의 명작! 「제61회 카네기 메달 심사위원단의 얼굴은 밝았다. 일말의 고민도 없어 보

book.naver.com

 

"삶이 항상 아름다운 것은 아냐. 강은 바다로 가는 중에 많은 일을 겪어. 돌부리에 채이고 강한 햇살을 만나 도중에 잠깐 마르기도 하고. 하지만 스스로 멈추는 법은 없어. 어쨌든 계속 흘러가는 거야. 그래야만 하니까. 그리고 바다에 도달하면, 다시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날 준비를 하지. 그들에겐 끝이 시작이야. 난 그 모습을 볼 때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껴." (책 내용 중에서...)

 

산을 오르기 전에는 정상이 보이지만, 산을 오르는 동안에는 내가 목적지로 삼았던 그곳이 보이지 않는다. 산을 오르는 도중에 지치다 못해 하산해버리고 싶은 마음이 생겨난 나 자신을 마주할 때면,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자고 이 산행을 자처했는지 한탄스럽기도 하다. 그때에도 정상은 여전히 보이지 않는다. 이 여정의 목적은 내 시야에서 사라지고 없다. 힘이 빠진다.

 

할아버지는 임종을 목전에 두고 자신의 못다한 꿈과 남아있는 의지를 그림에 담아 마지막 작품을 완성하고자 한다. 그런 할아버지를 사랑하는 15살 소녀 제스. 제스는 할아버지 옆을 지키기도 하고, 할아버지의 영혼을 따라가기도 하며, 그리고 '리버 보이'를 마주하며 삶과 죽음 사이에 서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그때부터 물 속을 유영하는 자신의 몸짓은 일시적인 순간이 아니라, 영속적인 순환 속에서 의미를 갖게 된다.

 

그때부터 수영은 '헤엄치는 일은 언제나 내 기분을 상쾌하게 해주었는데, 이번에는 내 마음을 전혀 시원하게 씻어 주지 못하는구나' 하는 의미뿐만 아니라, 그녀가 시작한 바를 이행함으로써 그녀의 삶을 완성해 나가는 과정이라는 의미도 갖게 된다. 그 순간이 자신을 고통스럽게 하고 이내 지치게 해서, 처음에 품었던 목적이 안 보이게 하고, 지금의 몸부림이 그토록 공허하게 느껴지도록 유도하더라도 말이다.

 

나는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고 싶었다. 깊게 뿌리내린 나무처럼, 내 주관을 깊게 뻗어놓고 세상을 이해하는 나만의 관점을 가꾸어 놓으면, 어떤 일이 찾아와도 의연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순간의 나와 그 순간의 모든 것들을 이해할 수 있으면, 그 순간을 받아들이기도 쉬우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이 책에서 묘사하는 의연함은 그런 사전준비와는 결이 다른 자세였다.

Image by <a href="https://pixabay.com/photos/?utm_source=link-attribution&amp;utm_medium=referral&amp;utm_campaign=image&amp;utm_content=872016">Free-Photos</a> from <a href="https://pixabay.com/?utm_source=link-attribution&amp;utm_medium=referral&amp;utm_campaign=image&amp;utm_content=872016">Pixabay</a>

 

의연함은 순간에 대한 선명한 이해를 요구하지 않는 듯하다.

단단해질 것을 요구하지도 않는 듯하다.

단지 지금 나를 괴롭게 하는 이 순간도 시작에서 끝으로 향하는 흐름이라는 것을,

결국에는 지금 향하는 끝도 새로운 시작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지금 내가 가는 길은 중간에 마주할 과정이 아니라 처음에 바라본 도착에 이끌려서 시작한 여정임을,

기억하고 있기만 하면 된다고,

'리버 보이'는 이야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