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작은 습관의 힘 - 제임스 클리어 # 전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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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작은 습관의 힘
더 이상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았던 때 조금씩 시도한 아주 작은 일들이 삶을 바꿨다!단계적이고 체계적인 자기계발 방법을 찾는 사람들을 위한 『아주 작은 습관의 힘』. 고교 시절 촉망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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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서명을 한글로 옮기는 작업이 얼마나 어려운지 가늠해 보게 만드는 책 제목이다. "Atomic Habits"가 습관을 미세하게 쪼개진 원자와 그것이 지닌 막강한 힘에 비유하고 있다면, "아주 작은 습관의 힘"은 비록 그 의미를 전달하는 최선의 표현이지만 왠지 약팔이를 하는 듯한 냄새를 풍긴다.
이런 어감 차이가 빚어내는 안타까움을 「모든 것은 빛난다」의 역자 김동규 씨가 밝히기도 했다. 원제는 "All Things Shining"으로 직역하면 "빛나는 모든 것들"이지만, 번역투가 아닌 매끄러운 표현을 위해 "모든 것은 빛난다"로 의역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모든 사물을 긍정화하는 듯한 자기 암시처럼 다가올 수 있지만, 실상 그 내용은 빛나는 모든 현상을 발견한 실제 경험이다.
「아주 작은 습관의 힘」도 마찬가지로, 제목에서 '아주 조금만 바꿔도 많은 것이 변화한다'고 습관의 힘을 과장하는 듯한 뉘앙스가 묻어나온다. 하지만 이 책이 소개하는 자기계발 방법이 삶에 효과적이라는 점보다는, 인간 행동과 심리에 대한 저자의 깊고 넓은 인식 체계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읽을 가치가 있고 더 잘 와 닿는다. 그래서 이 책은 무분별하게 쏟아지는 자기계발서들과 달리, 유익하면서도 맛이 있는 명약이다.
# 1. 좋은 습관을 분명하게 만들고, 나쁜 습관을 보이지 않게 만들어라
고등학교 3학년, 닫혀 있는 학교 생활이 익숙하면서도 지긋지긋하던 그때 상상한 대학생활은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는 세계였다. 대학에서는 8to9 학교에 갇혀 있을 필요 없이, 자유를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대학에 가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거쳐야 하는 길 위에서, 그다지 호기심을 유발하지도 않고, 실제로 사용되는 일도 없을 수험 공부에 시간과 에너지를 할애해야 하는 현실이 아쉬웠다. 한편 그 아쉬움은 대학이라는 목적지에 대한 기대를 불러일으켰다. 해야 해서 억지로 하는 공부가 아니라, 대학에서 내가 하고 싶은 공부를 지금 수험생으로서 하는 만큼 한다면, 충분히 꿈을 이룰 수 있으리라고. 그러나 대학에 와서 보니 이곳은 너무 자유로워서 탈이다.
인내, 열정, 의지는 성공의 근본적인 요소이지만
이런 자질들은 더 규율 잡힌 사람이 아니라
더 규율 잡힌 환경에서 더 잘 발휘된다.
무한한 자유에도 불구하고, 대학에서 걸어갈 성공가도를 향한 길은 열리지 않았다. 나 스스로 열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겠다. 열심히 공부하는 일이 불가피한 것이 아니라, 선택 가능한 것이 된 그 시점부터 내가 공부에 손을 대는 시간은 확연히 줄어들었다. 수험생활 3년 내내 야간자율학습을 한 번도 째지 않는 재미 없는 삶을 살 수 있었던 것은, '놀고 싶은 욕구의 자제'보다는 '야자를 시키는 학교의 강제'가 더 컸던 것이다. 그때는 야자가 자율이었던 다른 학교 학생들이 부러웠지만, 지금 돌아보니 내가 자율적인 학교에 있었다면 과연 대학에 올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학교 오후 수업이 끝나고 칼같이 집으로 달려 와서 게임을 하거나, '수능이 정말 인생의 전부일까?' 하며 방구석 철학이나 하지 않았을까 싶다.
내가 발견한 유용한 주문은 '한 공간에서는 한 가지 일만'이다.
가능하다면 한 가지 습관이 일어나는 맥락을 다른 것과 섞지 않도록 하라.
맥락들을 섞기 시작하면 습관들도 뒤섞인다.
그러면서 그중 더 쉬운 일을 하게 된다.
시험을 앞두고 벼락치기나 하기 바빴던 지난 대학 생활을 돌아보면, 나 대신 규율을 잡아주던 모교에 감사하게 된다. 스마트폰도 없었기에 다른 아이들처럼 폰을 낼까 몰래 쓸까 고민할 일도 없었다. 선생님들이 순찰 도는 야자 시간에 교실에서는 공부밖에 할 게 없었다. 교실에서 하는 공부는 쉬운 선택지이기 이전에, 유일한 선택지였다. 그래서 '대학에서 이만큼 공부했다면 이미 성공했을 텐데' 푸념을 늘어놓던 지난날의 어리석음이 떠오르면, 헛웃음이 나온다. 애초에 '이만큼 공부'라는 것이 나 혼자서 해낸 것이 아니니 말이다. 이 책은 환경의 소비자가 되지 말고, 환경을 직접 디자인하라고 말한다. 앞으로 내 절제력을 믿어보리라 마음 먹거나, 정신산만한 우리집을 핑계 삼는다면, 내가 디자인에는 아무런 소질이나 적성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 2. 좋은 습관을 매력적이게 만들고, 나쁜 습관을 매력적이지 않게 만들어라.
지금 이 순간의 세계는 그것이 존재하는 방식이 아니라, 그것을 해석하는 방식에 따라 다르게 다가온다. '스타크래프트'도 10~20대에게는 속된 말로 '틀딱'들이나 즐겼던 사이버 민속놀이일 뿐인데, 30~40대에게는 젊은 날의 추억도 떠올리고 잠깐 일탈할 수 있는 정든 공간이다. 마찬가지로 미래의 세계도 예정된 것이 아니라, 사람과 상황에 따라 다르게 예견된다.
우리는 SNS를 확인하는 것이 사랑받는 감정을 느끼게 해준다거나,
유튜브를 보는 것이 불안감을 잊게 해준다거나 같은 예측들을 습득한다.
부인할 수 없는 진실이다. 내가 티스토리를 하는 것도 '이걸 하면 누군가의 관심을 끌 수 있을 것이다'는 예측에 의거하고, 습관적으로 유튜브에 몰입하는 것도 '이 썸네일을 누르고 나면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아 머리를 식힐 수 있을 것이다'는 예측에 의거한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성공한 삶을 방해하는 요소로 지목되는 SNS와 유튜브에도 매력이 있기에 쉽게 습관이 되는 것이다.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그 행동으로 예상되는 미래의 긍정적인 전망이 부정적인 전망을 이기는 것이다.
습관은 긍정적인 느낌과 연관될 때 매력적인 것이 되고,
부정적인 느낌과 연관될 때 매력적이지 않은 것이 된다.
저자는 어떻게 하면 SNS와 유튜브에 빠져드는 소모적인 일상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지를 직접적으로 제시하지는 않는다. 다만 '매력적일수록 습관이 되기 쉽다'는 점을 이용하라고 한다. 저자가 소개한 전략은 '해야 하는 습관'을 '하고 싶은 습관'과 연결하기, 그리고 좋은 습관의 힘든 점보다 유익한 점에 주목하기이다. 우리 식으로 표현하면 한약이 담긴 잔 속에 달콤한 알사탕을 넣어놓는다거나, 한약의 쓴 맛보다 그것이 가져다 줄 건강을 생각하는 것이다. 유튜브를 보지 않은 자신에게 보상을 주거나, 그것의 해로운 점에 집중하면 스크린 타임을 보며 현타를 느낄 일이 '이론적으로는' 없다. 이론의 반례는 언제나 존재하며, 그 반례는 항상 나였다. 아무튼 내가 못 미더워도 저자를 믿어 봐야 겠다. 적어도 유튜브보다 더 매력적인 활동을 발견한다면, 그게 유튜브를 덜 매력적인 것으로 만들고, 끝내 유튜브를 대체하는 새로운 습관이 되리라는 것은 알겠다.
# 한 줄 감상
어제 맞은 모더나 주사보다 더 따끔한 책이다. 더 아픈 김에 변덕 바이러스를 예방하는 효과라도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