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 놓아둔 여백의 미를 집는 젓가락

아주 작은 습관의 힘 - 제임스 클리어 # 후반부의 후반부

세계4대진미_돼지국밥 2021. 10. 5. 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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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작은 습관의 힘

더 이상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았던 때 조금씩 시도한 아주 작은 일들이 삶을 바꿨다!단계적이고 체계적인 자기계발 방법을 찾는 사람들을 위한 『아주 작은 습관의 힘』. 고교 시절 촉망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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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좋은 습관은 만족스럽게, 나쁜 습관은 불만족스럽게 만들어라

 

 이번 장은 초등학교 때부터 알록달록 색칠해놓은 여름방학 생활계획표를 바라보며, 방학 전에는 기대감을, 방학 후에는 자괴감을 만성적이다시피 느껴온 나에게는 묵직한 팩폭으로 가득하다.

 

누군가는 안 좋은 성과를 낼 수도 있고, 운동을 대충 할 수도 있고, 직장에서 힘든 하루를 보낼 수도 있다.
하지만 성공한 사람들은 실패했을 때 빨리 되돌아온다.
빨리 회복한다면 습관이 무너진 것은 중요하지 않다.

 

 

 나는 바뀌어야 한다는 의지보다는 바뀐 내 모습을 상상하는 만족감으로 움직이는 듯하다. 그래서 습관을 만들고, 그것을 유지하기 위한 계획을 세우는 일에 비장함보다는 즐거움이 있다. 초지일관을 고수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기에, 선택의 순간은 금방 찾아온다. "습관을 억지로라도 유지할까? 아니면 융통성 있게 오늘만 넘어갈까?" 그때그때 다른 선택을 하지만, 후자를 선택하고 나면 그 습관을 유지하는 일이 예전만큼 만족스럽지 않다. 찰흙으로 컵을 만들 때, 금이 간 채 말라버린 컵의 아랫부분 위로 찰흙 띠를 쌓아올리는 일 같다. 의지로 시작한 일도 아니고, 이미 흠결이 있는 습관이고 계획인데, 이걸 완성해도 별로 만족스럽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중요하지 않은 사실 하나를 핑계로, 중요한 일을 놓아 버려서는 안 된다.

 

측정이 목표가 되면 잘 측정하지 못하게 된다.
- 찰스 굿하트

측정은 안내자로서 큰 그림에 맥락을 부여할 때만 유용하다.
여기에 사로잡혀서는 안 된다.
숫자 하나하나는 전체 시스템 속에서 피드백을 받은 낱낱의 조각일 뿐이다.

 

 

 습관대로 살지 못한 한 번의 순간이 그 이후의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이유는, 시작할 때 품었던 100% 달성에 대한 기대 때문일 테다. 한 달 동안 내가 '아침 6시 10분에 운동화 끈 묶기'를 23번 달성했다면, 목표 달성률은 70%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지표는 '되돌아 봤을 때 이 습관이 내게 어느 정도의 난이도였는지', '나는 얼마만큼 노력했는지'를 나타낼 뿐이다. 그 습관을 유지하면서 내가 기대했던 가치의 70%만큼만 얻었다거나, 결국에는 뜻한 바를 부족하게 이뤄냈다는 의미가 결코 아니다. 측정을 통한 점검은 피드백과 동기부여를 통해 습관이 지속 가능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측정 결과는 이 습관이 내게 주는 효과를 나타내는 지표가 아니다. 오히려 습관의 효과는 측정 가능한 영역의 바깥에서 1%씩 쌓여가고 있다. 그것을 어떤 방식으로든 확인하고자 하는 마음은 조바심일 지도 모르겠다. 조바심 때문에 멀쩡히 진행되던 일을 그르친 적이 얼마나 많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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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선수는 모두가 하는 게임에서 이기기 위해 노력한다.
위대한 선수는 자신의 강점이 잘 발휘되고 단점을 피할 수 있는 새로운 게임을 만들어낸다.

 

 

 '니가 선택한 거다. 악으로 깡으로 버텨라.'라는 밈이 널리 퍼진 요즘이다. 나아가는 과정에서 마주하는 대부분의 게임에서 나는 참가자일 뿐이다. 내가 규칙을 바꾸거나 환경을 디자인할 수 없다. 그저 주어진 조건과 목표를 받아들이는 데 익숙한 탓일까. 처음에 못 박듯 새겨넣은 다짐에 수정을 가하는 일에 거부감부터 들곤 한다. 습관이라는 게임에서 창작자는 오직 나 자신인데 말이다. "편법이고 자기 기만이 아닐까?" 하지만 전지전능한 신이 아닌 이상, 목표 시점까지의 모든 시점에 해당하는 변수들을 파악할 수도, 고려할 수도 없기에, 방향과 속도의 미세 조정은 필수불가결하다. 고개 까딱 안 하고 일관되게 기존의 페이스를 고수하는 것이야말로 미련한 일이다. 방향과 속도라는 것도 사실이 아니라 인식이지 않을까 싶다. 어차피 습관에 변화를 가하고 올라선 트랙이 지름길이었는지, 정도였는지, 아니면 고행길이었는지는 지나고 나서야 회고할 수 있다.

 

전문가는 스케줄을 꾸준히 따른다.
아마추어는 삶이 흘러가는 대로 내버려둔다.
전문가는 자신에게 무엇이 중요한지 알고 목표를 향해 꾸준히 작업해 나간다.
아마추어는 삶에서 어떤 일이 급박하게 일어나면 진로에서 벗어난다.

 

 

 이 말을 전문가와 아마추어 사이에 나타나는 삶의 방식의 차이라기 보다는, 삶을 대하는 태도의 차이라고 본다. 직소 퍼즐을 맞추듯 목표에 일직선으로 질주하는 것이 이로움을 취하는 당장의 효율적인 방식일 테다. 하지만 나는 '어떤 게 더 이로운가, 어떤 게 더 효율적일까' 하는 고민이 '개별 문제'들을 넘어 '삶 전체'로 확장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삶 자체를 '퍼즐 빨리 맞추기'로 보는 관점이 너무 고단하고 삭막하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딱 맞는 퍼즐 조각을 찾아야 의미 있는 라이프스타일'보다는 '모자이크 그림을 그리듯 오늘 하루 또 하나의 색칠을 더할 수 있음에 뜻깊은 라이프스타일'이 더 마음에 든다. 저자의 조언은 직소 퍼즐이든 모자이크 그림이든, 진행하는 둥 마는 둥 할 게 아니라, 진솔하고 꾸준하게 뜻한 일을 이어가려는 태도를 갖추라는 이야기다. 무엇이든 그리다 만 것, 펼치다 만 것은 아쉬움을 안겨주기 마련이니까.

 

 

# 한 줄 감상

습관을 어렵지 않게 대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동시에, 자극을 주는 일도 빼놓지 않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