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4대진미_돼지국밥 2021. 12. 16. 23:15


 작년 요맘때였다. 시험공부 빼고 다 재미있는 시험기간에 들어간 유튜브, 마침 눈에 들어온 생활코딩 채널을 따라갔던 그때. 1년이 지난 지금, 나는 얼마나 성장했는가 돌아보곤 한다. 이제는 새로운 언어를 접하는 일이 아랍어를 볼 때 같은 이질감을 주지 않는다. 이제는 뜻밖의 오류에 당황하는 대신 한숨 한 번 내쉬며 구글링을 한다. 1년 전보다 자신감만큼은 높아졌고, 원인을 알 수 없는 문제를 만나는 일에 익숙함이 생겼다. 달라진 점을 늘어놓았지만, 그렇게 성장해온 것 같지도 않고, 성장하고 있는 것 같지도 않다. 이렇게 가다가는 코딩 열풍에 동참한 무수한 사람들 중 변변찮은 한 사람이 되는 건 아닐까 불안해지기도 한다. 그러던 와중에 유튜브 개발바닥 채널 영상에 김영한 님이 나오셔서 추천해주신 책, 「함께 자라기」(김창준)을 읽었다.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aver?bid=14341885

 

함께 자라기

모두가 함께 발전하기 위한 제안‘함께’는 협력을 말하고, ‘자라기’는 학습을 말합니다. 무엇이건 실제 바깥세상(야생)에 임팩트를 남기려면 혼자 힘으로만 되는 게 없습니다. 함께 해야 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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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력 & 실력

 실무 경력이 2~3년 이상인 시점부터는, 개발자의 경력과 전문성이 매우 낮은 상관관계를 보인다고 한다. 경험의 절대량보다 중요한 변수가 어딘가에 있으며, 경험의 양적 증가 자체만으로는 일정 시점 이후부터는 성장에 있어 무의미할 뿐인 것이다. 저자는 「아웃라이어」(말콤 글래드웰)에서 소개된 1만 시간의 법칙을 언급하며, 이게 얼마나 많이 오해되고 있는지 지적한다. 김연아 선수나 박지성 선수 같은 사람들이 재능을 발견하고 오랜 시간 단련해서 성공한 사례를 보면 1만 시간의 법칙은 더 타당해 보인다. 하지만 대개 '오랜 시간'에 주목하지 '단련'에 담긴 뜻은 놓친다고 한다. 나도 고등학교 때 그 책을 읽고 제일 먼저 했던 일이 하루에 몇 시간씩 며칠, 몇 년을 하면 1만 시간을 찍을 수 있을까 계산해 보는 것이었다. 그런 안이한 태도로 시간만 채우면 어떻게 될까? "경력은 계속 쌓이는데, 나는 왜 제자리 걸음일까"라는 질문에 시달릴 것이다.

 

 

# 일상적 수행 & 의도적 수련

 어떤 과업을 하나 수행했다고 해서, 무언가를 새로 배웠다고 해서 그게 꼭 나를 성장시킨다는 보장은 없다. 근력 운동에 관한 격언 '매일 풀업 10개를 하면, 평생 풀업 10개만 할 수 있다'처럼, 확실하게 성장하려면 적당히 난이도를 올려가야 한다. 오늘은 어제보다 한 개 더 많이 해 보기를 목표로 하는 것이다. 여기서 '적당히 높은 난이도'가 중요하다. 내가 해야 하는 과업의 난이도는 천차만별이고, 매번 내 실력도 달라진다. 체감상 난이도가 높다면, 혹은 낮다면, 내 실력이 부족하다면, 혹은 과하다면, 거기서 벽을 느끼거나 하품하기 일쑤라면 어떻게 될까? 제자리 걸음이다. 성장하고 싶다면, 어떤 상황에서 어떤 과업을 하든 실력을 갈고 닦을 기회로 삼자.

 최근에 본 경연 프로그램 영상 중에, 의도적 수련이 눈에 띄는 결실을 맺은 대표적인 사례가 있다. 심사위원들이 하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엄청 열심히 실력을 갈고 닦아 온 것 같다. 내가 본 것 중 역대급 극찬이다. 존경하는 선배 가수에게 인정받는 기분이 어떨지 상상이 안 간다. 눈에 안 띄는 곳에서 수련해 온 지난 날들이 떠오르지 않았을까? 확실한 것은, 그냥 적당히 들어줄 만하게 노래만 부르고 스케줄만 채웠다면 아쉬웠을 것이다.

 

# 진보 & 성장

 온갖 종류의 불확실성을 마주하는 시대, 개인과 조직은 모든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유연함을 갖춰야 한다. 하지만 외부 요인이 변할 때마다 새로운 무언가를 도입하는 것이 마냥 좋은 것은 아니며, 오히려 중요한 문제를 가려버릴 수도 있다. 제자리 걸음 하지 않으려면, 부트스트래핑(외력의 도움 없이 스스로 상황을 개선하기) 해야 한다.

 뭔가를 뒤로 남겨두고 앞으로 나아간다는 뜻의 진보라고 하는 치명적 메타포는 성장이라는 진짜 아이디어를 완전히 가려버렸는데, 성장은 우리 안에 뭔가를 남겨두고 커진다는 뜻이다.
- G. K. 체스터톤 (본문 내 인용)

 지난 1년을 돌아보며, 무엇보다 내게 부족한 것이 '메타 인지'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이 책은 메타 인지를 기르는 좋은 방법론과 태도를 가르쳐 주었다. 경험과 시간의 절대량에 의존하지 않는 태도, 수련을 위해 작업 환경을 적극적으로 조작하는 태도, 무작정 교체보다는 최대한 축적을 지향하는 태도를 길러야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이 소개하는 방법론은 참 좋은데, 말로 설명할 수가 없다. 책의 구성과 전개 속에 담긴 연관과 맥락 속에서, 그림과 함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무언가가 이 책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