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쇼츠를 보다가 울림을 주는 영상 하나를 만났다.

 

https://youtube.com/shorts/wXMZ5R4GScE?si=CJD_rS1z8l4uAlxv

 

영상에서 하얗게 빛나는 작은 정사각형 조각은 경이(Wonder)를 의미한다. 처음 조각들을 배열할 때에는 경이가 들어갈 공간이 없다. 대신에 사각형 나무 틀(Frame)에 딱 맞아 떨어진다. 관점을 달리 하여, 경이를 위한 공간을 마련하면서 조각들을 배열하니 마찬가지로 사각형이 만들어진다. 하지만 사각형 나무 틀에 완전히 딱 맞아 떨어지진 않고, 약간의 이격이 있다.

 

삶(Life)을 생각하자면 때로는 어느 한 순간 혹은 바로 지금을, 때로는 그런 모든 순간들이 모인 전체 혹은 흐름을 바라보게 된다. 영상은 후자, 즉 거시적인 부분을 계획할 때 고려할 수 있는 두 가지 대안을 소개한다. 첫 번째는 교육, 일, 준거 집단 같은 일생의 구성 요소를 틀에 딱 맞게 배열하는 것. 두 번째는 틀에 딱 맞지 않더라도 경이로 채워놓을 공간을 마련하는 것. 무엇이 좋고 나쁜지를 따지기 보다는, 그저 무엇을 택하는 것이 나에게 어울리고 이로운 것인지 따져 보고자 한다.

 

여기서 틀은 여러 가지 삶의 제약 조건을 나타낸다. "살아가면서 언제까지, 무엇을, 어떻게 달성해야 하는가?" 제약 조건의 충족을 위해 사람은 앞만 보고 달리는 경주마가 되곤 한다. 하나만 어긋나더라도 전체적인 배열이 망가져 버리니까. 이같이 틀에 엄격히 자신을 맞추는 삶에서 내가 가장 많이 마주하는 감정은 불안감과 조바심이다. 행복이나 자기 만족과는 거리가 먼 것이다.

 

여기서 경이는 여러 가지 삶의 가능성으로 이어진다. 틀을 구성하는 조각들 각각에서 의미를 발견할 가능성. 예정에 없던 조각을 갖게 되더라도 그에 맞춰 배열을 새로 바꿀 가능성.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을 꾸준히 지속하게 해 줄 동력을 얻을 가능성. 이같은 가능성은 몰입과 일탈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내가 생각하는 몰입은 '최소 비용으로 최대 성과 내기'를 위한 뼈를 깎는 노력 같은 것이 아니다. 그 활동 자체에, 그 활동과 나 사이의 관계 속에서 '나'를 포착하는 것이다. 이러한 집중 속에서 메타 인지가 향상된다고 본다. 그리고 내가 생각하는 일탈은 산책, 운동, 여행 등의 외피를 띠고 있는데, 결국 배회(Wander)하는 시간이다. "당면한 문제 해결의 실마리 또는 영감을 얻기 위해 여행, 영화, 음악 등을 찾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정처 없이 돌아다니는 시간, 비움의 시간이다. 나는 이런 시간을 낭비라고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휴식 없는 운동이 고된 것처럼, 여유 없이 몰아치는 일상은 지속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국어 시간에 '액자식 구성'이라는 개념을 배운 기억이 있다. 쉽게 말하면 '이야기 속의 이야기'라고 했던가. 어찌 됐든 나는 내 (삶의) 이야기를 보기 좋은 액자에 담아서 공유하고 싶다. 그게 남은 삶을 잘 살아가야 할 중요한 이유 중 한 가지다. 그러다 보면 마치 액자를 이미 정해진 사이즈로 주문 제작해 놓고 취소나 환불이 되지 않는 것처럼 행동하곤 한다. 조금의 이격 때문에 액자에 내 삶을 딱 맞출 수 없게 되어 가는 것 같을 때면, 스트레스를 받는다. 이제는 벗어던질 필요가 있다. 그런 종류의 스트레스든, 정해진 틀에 딱 맞춰야 한다는 생각이든.

 

대신 경이를 위한 공간을 꼭 마련하자. 이미 마련한 틀에서 다소 벗어나게 되더라도 말이다. 영상 속에서 경이를 나타내는 조각이 하얗게 빛나고 전체 그림의 중심에 있는 것에는 함의가 있다. 흰색을 흔히 '무색'이라고 말하지만, 흰색 빛은 모든 색의 빛을 포함하는 빛이다. 경이를 위한 공간을 캘린더에, 머리와 마음 속에 비워놓는다면, 앞으로 맞닥뜨릴 일련의 경험과 과제 속에서 중심을 잡고, 나만의 해석과 해법을 구성하고 실천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그것이 어떤 조각이든 간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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