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미션 파써블" 채널의 기획
<MBTI 인사이드>의 4번째 이야기를 보고
처음부터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곱씹어 보며 남기는 글이다.
"당신의 MBTI는 무엇입니까?"
라는 친숙한 질문을 시작으로 컨텐츠는 시작됐고,
화면을 16등분한 각각의 칸에 한 사람씩 위치해 있다.
모든 참가자가 검사지에 답을 써내려 가고 있고,
그 결과로 배정받은 MBTI에 맞는 자리에 앉아 있다.
그 질문을 시작으로,
그들은 한 공간에 모여서,
이름 대신 MBTI로 불리게 된다.
1, 2, 3일차에 참가자들은
MBTI라는 인식의 틀(프레임)을 몸소 경험한다.
한 가지 성향에 따라 공간을 분리하여 생활하는
참가자들의 모습이 빚어내는 차이는
MBTI의 구분이 얼마나 정확한지를
실감나게 시청자들에게 보여준다.
하나의 공간 안에서도 참가자들은
같은 I나 E 사이에도 정도의 차이가 있음을 자각한다.
다만 서로 다른 두 공간이 자아내는 대조가 너무 선명하기에
한 공간 안에서의 다양성이 시청자에게는 비교적 덜 와닿는다.
"여러분에게 '나'는 어떤 사람인가요?"
라는 '갑자기?'를 유발하는 질문을
4일차의 하루가 마무리되어 갈 즈음
참가자들은 마주한다.
모두가 보는 앞에서 각자 꺼내놓는 자신만의 이야기들.
16가지의 개성만큼이나 다른 이야기들.
그들의 이야기 속에서 MBTI는
'나'를 이해하고 표현하고자 할 때
쓸모 있거나 필요 없는 도구일 뿐이었다.
나는 생각해 봤다.
MBTI가 없었다면,
그리고 <MBTI 인사이드>가 없었다면,
참가자들이 말문을 떼기 더 어렵지 않았을까?
나아가 '성격'이라는,
많이 언급되지만 명확히 정의 내리기 어려운 그 녀석을,
호기심에 시작해서 놀라움을 경험하며,
이전보다 체계적으로 이해할 기회는 없지 않았을까?
내가 얼마나 I에 가깝고
얼마나 N에 대해 무지하고
얼마나 F답지 않게 굴고
얼마나 P같이 살고 싶어 하는지
그런 것보다 중요한 사실이 있다면,
MBTI를 알기 이전에 나는
"내성적임"이라는 단답으로 표현해도 아쉽지 않았고
'나'에 대해 성찰하고 탐구한다고 해도 마땅한 틀이 없어서
내 세계에만 빠져 있다가 결국 생각의 미로를 벗어나지 못했던
'나'를 누구보다 잘 안다고 생각했고
'나'를 누구보다 열심히 알려고 했지만
'나'의 모든 것은 볼 줄 몰랐던
그런 사람이었다는 사실이다.
이 기획은 'MBTI 자체를 깊이' 파헤치기 보다는
'MBTI 속에 있는 나'를 발견하기 위한 첫걸음으로서
더욱 의미 있었다고 생각한다.
'나'를 MBTI라는 테두리에 면밀히 환원하기만 해서는
절대로 닿지 못할
있는 그대로의 '나'를.
통제된 실험이 아닌 자연스러운 사회의 우연 속에서는
기대하기 어려웠을 어울림을,
서로의 내면을 공유하려는 목적이 아니었다면
꺼내놓기 힘들었을 마음 속 이야기를,
곱씹어 보니 마지막 질문이 찾아오는 것 같다.
"MBTI 속 당신은 누구입니까?"
일단 한 번 마음에 울림이 퍼지면
어딘가 털어 놓아야
잠에 들 수 있는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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