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youtu.be/JGPgxoIPY6Q



골치 아픈 일거리들 다 던져버리고
술이나 진탕 마시러 가자
오늘 밤 우리는 자유다!!!
얼핏 들으면 그런
아주 위험한 가사다.

당면한 시험이 끔찍이도 싫은 내가
이 위험한 선동에 현혹되어
시험지를 던져버릴 생각을 하지 않는 이유는
아마도
이 노래가 무언가를 떠오르게 하기 때문일 테다.

초등학생 시절 몇 안 되는 본방사수 목록 중 하나였던
스타크래프트 경기 인트로 곡이 바로 이 노래였다.
그때는 마냥 신나는 노래, 가슴이 웅장해지는 노래,
승리을 향한 기대감을 증폭시키는 노래로 다가왔다.
지금 돌아보면 다른 의미로도 참 잘 어울리는 노래다.

어떤 종류의 부담이든 던져버리라는 메시지.
‘그들’의 시선 따위 신경쓰지 않는다는 선언.
‘우리’는 우리의 길을 가겠다는 다짐.

한 경기에 걸린 밥벌이, 커리어, 팬과 구단의 기대.
e스포츠를 무시하고 폄하하는 주류 및 기성 문화.
그럼에도 증명하고 싶은 것들, 증명해야 할 것들.

시험 결과가 주는 기쁨 혹은 슬픔.
취업 시장에서의 디딤돌 혹은 걸림돌.
나 자신에 대한 기대 혹은 잣대.
내 성적을 보게 될 잠재적 타인의 관심 혹은 시선.
긍정적인 자극이 되기도, 부정적인 압박이 되기도 하는
이 온갖 종류의 주석들.

많은 경우 시험을 어렵고 무겁게 하는 이 주석들을
빈 여백으로 만들어버리자.
그러면 해결해야 할 문제가 분명히 드러난다.
나와 문제 사이에 방해물이 없다.
내가 이 문제랑 얼마나 잘 노는지만 보여주면 된다.

시험을 잘 치르기 위해
압박감을 꼭 ‘이겨낼’ 필요는 없다.
누가 점수를 매겨주는 것도 아니니까.

스타리그 결승전이나 위너스리그
매치포인트에서 역전승을 거둔 프로들은
이런 압박감들을 ‘벗어던지고’
경기 자체에 몰입했던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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