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is a journey to be experienced,
not a problem to be solved.
"인생은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경험해야 할 여정이다." 애니메이션 <곰돌이 푸우>에 나온 대사다. 항상 그 말을 곱씹으며 오늘 하루, 지금 이 순간을 바라보려고 하지만, 생각의 전환이 자연스럽게 이뤄지지는 않는다. 암만 봐도 문제투성이 같으니까.
지난 주말에 치른 2차 코딩 테스트가 남긴 여운은 컸다. 백준 플래티넘이면 웬만한 코딩 테스트는 다 뚫는다는 풍문을 들었기에, 최근에 플래를 찍은 내 실력에 대한 기대는 부풀어 있었고, 1차 코테 때는 그 기대에 부응하는 결과를 봤다. 그렇게 고조된 기대는 2차 때 광탈하면서 폭삭 내려앉았다.
나는 지금도 확신이 없다. 프로그래밍이 적성에 맞는지, 프로그래머라는 진로가 정말 최적의 선택이 될런지, 그리고 백엔드 개발자로 취업하는 것이 가능할런지. 진위 여부가 밝혀지지 않은 이 가설들이 참이기 위한 필요조건이 바로 코딩 테스트였다. 충분조건은 아니지만, 지금 상황에서 붙들어 볼 수 있는 유일하게 검증된 기준이었다.
대학 입시에 비유하면 코테가 곧 수시 최저 등급 같은 관문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또한 구글에서는 개발자를 뽑을 때 알고리즘 코딩 테스트를 되게 중점적으로 본다고 하는데, '알고리즘을 이용한 문제 해결 능력'이 '새로운 지식을 재빨리 습득해 응용하는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로 여기고 있다. 그래서 코테는 필요조건으로 알맞다는 생각을 했다.
야심차게 실력을 쌓아왔는데도 불합격한 일이 막 인생을 뒤흔들 만큼 큰 사건은 아니다. 다만 내가 너무 민감하게 받아들였을 뿐이다. 단 한 번의 시험에서 경험한 실패가 앞으로의 실패까지 암시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그냥 하루 빨리 내가 생각하는 필요 조건을 달성하고 싶은 조바심, 그 마음이 충족되지 못해서 아쉬웠던 것이다.
지금 내가 하는 프로그래밍을 시험대에 올려놓지 않으려고 한다.
1. 프로그래밍은 내 적성에 맞아야 한다.
2. 프로그래머라는 진로는 최적의 선택이 되어야 한다.
3. 백엔드 개발자로 취업해야 한다.
열심히 한다는 것이 꼭 이 세 가지 당위를 실재로 만드는 일을 포함할 필요는 없다. 노력만으로는 되지 않는 일에 너무 피 말릴 필요가 없다. 지금 이 세 가지 당위가 실현되고 있지 않은 것에 문제의식을 가질 필요가 없다. '해야 한다'가 아니라 '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의 관점으로 볼 가설들이니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충실한 경험들 속에서 가설이 참인지 여부를 발견하는 일이지, 조작이 아니다.
오늘 하루 어제와는 다른 여행을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하면 확실히 다르지 않을까?
여행에서는 계획이 틀어지고 날씨가 변덕 부리고 기대가 어긋나는 일은 언제든 일어날 수 있으니까.
그런 일이 일어난다고 해서 시험을 망친 수험생처럼 자포자기하지는 않으니까.
충실히 즐기기만 한다면 꽤 괜찮은 여정이 되기에 충분하다.
오늘 아침을 마치 여행을 시작하듯 활기차게 맞을 수 있게 해준 노래다.
https://www.youtube.com/watch?v=Q4jX4ca0l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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