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이 오지 않는다. 내일 치를 시험이 주는 긴장감 때문인가? 종강을 뒤로 밀어버린 과제와 팀 프로젝트가 주는 불안감 때문인가? 학생 신분이라는 안전한 울타리를 제공해주는 학교를 벗어나야 할 때가 가까이 다가온 듯 느껴지기 때문인가? 야속하다. 내 몸은 왜 이렇게 부정적인 감정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건지, 대수롭지 않게 넘겨버릴 수는 없는 건지. 잠재적인 위협에 민감한 반응 체계가 진화론적으로 생존에 유리했든 말든, 그런거는 상관하고 싶지 않다. 지금 이렇게 시달리고 있는데 다 무슨 소용인가.
나는 미래지향적인 사람이다. 늘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꿈꾸며, 오늘이 아닌 내일 속의 내 모습을 '나'라고 생각하고 싶어 한다. 행복회로의 전원은 대부분 내일에 대한 밝은 전망이 공급한다. 그러나 내일은 설렘의 원천이면서, 한편으로는 불안의 원천이다. 오늘이 어제보다 훨씬 더 내일에서 멀어진 것 같으면, 두근대는 심장과 터질듯한 머리 때문이 아니라, 조여오는 심장과 지끈거리는 머리 때문에 잠을 못 자게 된다. 미래의 꿈이라는 것이 그토록 중요하기에, 지금 잠 못 이룬다.
오늘이 될 내일을 어떤 태도로 살 것인가? 미래를 위해 현재를 갈아넣을 것인가, 미래보다는 현재를 즐길 것인가. 오늘이 될 내일에서 어떤 의미를 발견할 것인가? 직소 퍼즐의 한 조각인가, 모자이크 그림의 한 점인가. 결국 균형이 중요할 것이고, 매일매일 다른 대답으로 중심을 잡겠지만, 오늘은 이 질문들이 너무 무거워서 휘청거리게 된다. 아무 말 없는 나한테 "어떻게 살든 알게 뭐냐. 아무 일도 아냐. 괜찮아"라고 누군가 말해줬으면 좋겠다 싶은 지금이다. 이 노래에 위로를 청해 본다, 잠이 해결해주기 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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