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목표가 뭡니까?" 지난 2월, 그 질문에 나는 답했다. "입사 시험 2차까지 붙는 겁니다." 그러나 그 목표를 이루지는 못했다. 비겁했기 때문이다. 누구나 이름만 들어도 알 법한 회사의 일원이 된다는 것은 여전히 먼 미래의 일 같았고, 1차 시험 합격이 그 어느 때보다 확실한 상황에서도 2차 시험은 준비하지 않았다. 공교롭게도 2차 시험 날짜는, 몇 달 동안 준비했던 어느 대회의 예선 날짜와 겹쳤다. 실패할 기회를 저버리면서도 한 치의 아쉬움 없었던, 오히려 안심했던 그때. 그때 느꼈던 편안한 마음이, 지금 나를 불편하게 한다.
올해, 목표보다는 습관의 힘을 많이 경험했다. 아마 목표를 향하기 보다는 습관을 따르는 일을 더 많이 해서 그런 거겠지. '무슨 일이 있어도 하루에 한 문제 풀기'라는 일상의 대원칙은 기분 좋은 변화를 불러왔다. 같이 스터디하는 사람들에게 인정 받고, 나를 모르는 사람이 나를 팀원으로 선택할 근거가 생겼고, 꾸준한 몰입 속에서 배우는 것 역시 많았다. 작심 삼백일을 넘겼다는 사실 자체로도 적잖은 뿌듯함을 준다.
무엇보다, 습관 덕택에 '앞으로 뭐하고 지내지'에 대한 고민이 사라졌다. 싸피에 합격하기 위한 일련의 절차들 속에서, 그 습관이 결정적인 기여를 하지 않은 것이 없다. 그 모든 과정에 떨리는 마음으로 임했지만, 매일같이 하루에 한 문제는 풀어왔기 때문에, 자신감을 갖고 설득력도 챙길 수 있었다. 운 좋게 최종 합격이라는 결과까지 얻었고, 다음주부터 시작될 새로운 일상을 기대하고 있다.
"올해 목표가 뭡니까?" 다가올 한 해에는 같은 목소리를 들을 수 없을 것이다. 신년이라고 달력을 선물해주시던 그 단골 손님은 외상값도 갚지 않고 발길을 끊으셨으니까. 일단 그 대답은 생각하지 않으려고 한다. 다만 좋은 습관을 많이 만들어서 지키려고 한다. 그러려면 꾸준함을 넘어 한 가지 키워드가 더 필요할 것이다. 실패할 기회들 속에서 일상을 마주하자. 내년의 발견은 치열함이 될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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