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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팀네이버 신입 공채

팀네이버에서 새로운 궤도를 그려갈 당신을 기다립니다

recruit.navercorp.com

처음 치르는 네이버 신입 공채 코딩 테스트. 여러모로 운이 참 좋았다.

 

밤잠을 1시간 만에 깨고 더 이상 잠이 안 와서 밤을 지샜다. 6시에 울려대는 알람을 끄고 아침을 먹고 나서 6시 반에 누워버리고 말았다. 알람도 없이 눈을 뜬 뒤 시계를 보고는 정말이지 십년감수했다. 9시 반이었다. 30분은 필요한 세팅을 마치고 제 시간에 시험 환경에 입장하는 데 충분한 시간이었다.

 

간밤에 폰 배터리가 없는데 충전기마저 없어서 고민하다가 근처 CU에서 일회용 충전기를 5천원에 사서 충전을 했는데 60% 정도 충전됐다. (아이폰13 미니) 2시간 동안의 화면 송출을 감당할 수 있을까 걱정했다. 다행히 캠 공유에 사용되는 모니토앱은 못 보던 사이 배터리 절약 모드라는 새로운 기능을 선보이고 있었다. 그렇게 시험이 끝났을 때 배터리를 30%나 남겨주었다.

 

와이파이가 불안정한 환경이라 불안했다. 시험 도중에 갑자기 뭐라고 alert 창이 뜨길래 "올게 왔구나" 하다가 "헐 저장 안 했는데 다시 짜야 하나" 식겁하던 1분이 지나고 다시 와이파이를 잡을 수 있었다. 내 코드는 다행히 입력이 있을 때마다 클라인지 서버인지 모를 어딘가에 상태 관리가 되어 있었고 풀이를 이어갈 수 있었다.

 

무엇보다 시험 도중에 화장실 이용이 금지되어 있는데, 다행히 화장실 이슈가 없었다!

 

 

말로만 전해 듣던 네이버 코테. 시간에 쫓겼다.

 

1, 2, 3번을 1분씩 훑어보고 윤곽이 가장 선명한 1번부터 풀었다. 우선순위 큐 기반의 풀이였다. 주석으로 풀이를 먼저 적어놓고 코드를 작성하던 도중에, '아차' 싶어서 필요한 자료구조를 하나 더 추가하고 세세한 로직을 수정하다 보니 주석이 무색해졌다. 정말 디지털 치매가 있어서 단기기억에 심각한 지장이라도 초래된 건지, 중간에 엉뚱한 변수를 넣은 코드를 발견도 못하고 System.out.println 찍어가며 디버깅하느라 20분은 더 태운 것 같다. 테케를 통과하는 코드를 제출하고 남은 시간은 1시간이었다.

 

2번은 5분 동안 골똘히 생각해 봐도 해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래프 관점에서 생각해 봤는데 영양가가 1도 없었다. 3번 풀이에 들어갔고 이때는 주석으로 푸는 습관이 꽤 큰 도움이 되었다. 내가 써놓은 주석을 읽다 보니 머릿속에 3개의 구간으로 분할된 수직선이 떠올랐고 생각하기 편해졌다. 명백한 그리디 문제였고, 최적이 될 수 있는 케이스를 다 고려했다. 만약 히든 테케가 있어서 틀리는 풀이라면, 그건 실수가 아니라 실력 문제일 것이다. 테케를 통과하는 코드를 제출하고 남은 시간은 15분이었다.

 

다시 2번으로 돌아왔다. 이건 보내줘야 하나 못내 아쉬운 마음과 함께 5분 동안 골똘히 생각했다. 해법이 떠올랐고 그것은 투 포인터였다. 10분 안에 짤 수 있을까 의구심과 함께 바쁘게 코드를 작성했다. 시간은 주말 버프까지 받으며 폭주하듯 흘러가는데, 그에 반해 내 키보드 커서는 첫휴가 복귀하는 이등병의 발걸음마냥 느ㅡ릿했다. 결국 5초 남기고 미완성인 코드를 제출했다. 아, 5분만 더 있었더라면... 하는 생각이 곧바로 들었다.

 

 

불태우고 나니 머릿속이 하얗던 코테. 마지막이 될 수 있을까?

 

1번의 구현에 나름 섬세함이 필요했기에 체감 난이도는 골드4였다. 그런데 우선순위 큐가 아닌 셋이나 맵을 활용하면 훨씬 간단하게 구현할 수 있었다. 출제자가 의도한 정해가 그것이라면 난이도는 실버2인 듯하다.

 

2번은 투 포인터로 이어지기 위한 인사이트를 얻기까지 오래 걸렸던 탓일까, 체감 난이도는 골드3이었다. 그 원인에는 종이와 펜을 사용하지 않은 탓도 있었을 테다. 3번을 풀 때 나타나 줬던 그 수직선을 2번을 풀 때에도 그려 봤다면 좀 더 빨리 유레카 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 인사이트를 배제한 순수 구현 난이도는 실버2인 듯하다.

 

3번은 "내가 놓친 케이스가 있는지 더 점검해볼까?"와 "시간도 없는데 이쯤 하고 다른 문제로 넘어가자" 사이의 딜레마를 일으키는 그리디 알고리즘이라서 체감 난이도가 골드2였다. 비슷한 문제가 존재한다면 그 문제의 난이도 역시 골드2일 것이라고 본다.

 

커트라인이 어느 정도일 지 감도 안 잡히는 데에도 계속 따지게 되는 상황이 영 마뜩잖다.

 

 

아, 대기업 코테 치고는 쉽다더니. 그저 아쉽다.

 

작년에는 자기소개서의 빈칸 네 개를 보며, 딱히 적을 경험이 없어서 도망쳤다.

올해에는 자기소개서의 빈칸 세 개를 보며, 떳떳하게 자랑할 수 없는 경험이라 도망치려다가

"그거 때문에 지원 안 하는 거는 진짜 말리고 싶다"는 어느 형님의 만류에

감사히 용기를 얻어서 꾸역꾸역 1000자씩 채우고 지우고를 반복했다.

 

시원하게 오늘 세 문제 다 풀었다면

만약 불합격 메일을 받더라도

부족하게 적은 경험 때문이라고 확신할 수 있었을 텐데.

 

코테도 지금처럼 꾸준히 풀고

자소서/면접/CS도 지금보다 다섯 배 열심히 해야지.

 

 

 

 

순식간에 흘러간 5개월이었다. 매일 일정한 시간에 점심을 먹고 집으로 향하면서, 계절이 변하고 시간이 흘러감을 그 어느 때보다 실감나게 느꼈던 5개월이기도 하다. 오늘을 보내고 내일을 맞아야 한다는 사실이 아쉬우면서도, 잠은 참 잘 왔던 하루하루였다. 그 아쉬움은 시간 또는 시간 관리 능력의 부족 때문이었고,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밤잠을 줄였다. 무리한 생활 패턴을 지속한 탓이었을까? 학기 중에도 반쯤 몽롱한 채로 보낸 듯하고, 학기가 끝나고 나서 찍은 사진 속 내 얼굴은 싸피 전보다 어두워져 있다.

 
교육을 받는 도중에는 성과에 대한 압박감 속에 지낸 때도 있었다. 한창 프론트엔드 개발을 배울 때였는데, 마구잡이로 들어오는 지식들에 머리는 터질 것 같고, 이걸 바탕으로 역량을 발휘해야 할 프로젝트 기간이 두려웠다. 그리고 개발자가 정말 적성에 맞는지도 고민이었다. 이런 지식들을 받아들이면서도 무언가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전혀 안 들었으니까. 수심에 잠긴 내 뒷통수를 본 MJ는 고민이 있냐고 물어왔다. 나는 프로젝트 경험이 많은 MJ에게 첫 프로젝트가 어땠는지 물었다. 그 친구도 처음에는 어떤 부담 같은 걸 느끼지 않았을까 짐작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달랐다. MJ는 원하는 기능을 하나씩 추가하는 재미가 있다고, 그래서 프로젝트를 하는 게 부담스럽기 보다는 즐거웠다고 했다. 그러면서 "작은 것부터 하나하나 완성해 나가면, 오빠한테도 개발이 좀 더 재밌어지지 않을까?"라고 덧붙였다. 그때는 일단 그 말을 믿어보기로 했다.
 
지난 한 학기는 치열했는가? 매 순간이 치열하지는 않았다. 다만 그 누구에게라도 치열했다고 말할 수 있는 순간은 있다. 웹 서비스 개발에 필요한 지식을 모두 배우고 난 뒤, 파이널 관통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였다. 카카오 모빌리티의 길찾기 API를 경로 추천 서비스에 적용하는 작업이었다. 서비스의 핵심 로직 구현을 다중 경유지 길찾기 API 호출 한 번으로 충당할 수 있으리라 판단했으나, 테스트해 보니 출발지와 경유지 사이에 거리 제한이 있었다. 간단히 말해 부산 사는 사람이 경주 여행을 계획할 때에는 경로를 추천해줄 수 없었다. 나는 이런 한계를 받아들이기 싫었고, 직접 구현한 TSP 알고리즘을 사용해서 구현하기로 했다. 이는 예상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을 요구했다.

더보기

이런 로직이었다.

 
JS로는 간단했던 API 호출 및 JSON 파싱 작업을 Spring Service Layer에서 처리하기 위해서 새로운 라이브러리 사용법을 배워야 했고, 이전보다 복잡해진 로직을 구현하기 위한 세부 사항들을 결정하는 데에도 고민이 필요했다. 내가 제안한 개선 사항이고, 그것 때문에 일정에 차질이 생기는 것은 싫었기 때문에 밤을 불태웠다.

오전 6시가 조금 넘은 시각에 경로 추천 서비스 처리 결과가 의도한 대로 콘솔창에 출력되는 것을 봤을 때에는 피로가 싹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곧바로 씻고 집을 나설 때의 눈꺼풀은 무거웠지만 발걸음은 가벼웠다. 밤을 샌 탓에 페어 SY를 걱정시키기도 했지만, 밤을 샌 덕택에 SY와 하이파이브를 시원하게 치며 하루 일정을 시작할 수 있었다.

프로젝트 발표날, 특히 공을 많이 들였던 핵심 기능을 시연할 때에는 더욱 뿌듯했다. 예전에 MJ가 말해줬던 개발의 재미가 이 맛이구나.
 
많은 것을 배웠던 한 학기였다. 다소 거리를 두고 추상적으로만 받아들였던 웹 서비스 개발을 구체적으로 배우고 직접 해 보는 시간이었다. 그 덕분에 개발과 나 사이에 있던 일종의 장벽을 무너뜨릴 수 있었다. 그 장벽은 아무래도 비뚤어진 '완벽'주의일 테다. 하지만 핵심은 '완성'에 초점 두기에 있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프로젝트 개발 일정을 맞추기 위해서든, 개발의 재미를 맛보기 위해서든. 그게 가장 큰 배움이었다.

자랑스러운 아들, 믿음직한 동료 개발자에 한 발 다가선 것 같다. DS 교수님께서는 내가 "가진 실력에 비해 다소 자신감 없이 말을 하는 편이다. 말하기 연습을 해라"고 하셨다. 운이 좋았던 덕택에 자신감은 만땅이다. 말하기 연습만 하면 되겠다. 물론 2학기 때의 '무에서 유를 창조하기'를 팀원들과 매끄럽게 해내기 위한 준비도 이번 한 달간 해야지.
 
 

지금 막 다 듣는 플레이리스트
 
https://www.youtube.com/watch?v=-FMHYjqC4iA&t=4578s 
 
그닥 유쾌하지 않은 마음과 함께 코딩을 할 때는 음악을 틀어놓는다. 내일 있을 Web-Backend 월말 평가 대비 마지막 연습을 시작하기 전에 이 플리를 틀었다. 귀에 익고 즐거운 추억이 어린 브금 덕분인지 연습하는 내내 마음이 차분했다. 만족스럽게 연습을 끝내고 나니 마침 이 플리도 끝이 났다. 마음이 유쾌해졌다.
 
이번 주말은 한 주간 쌓인 피로 때문인지 많이 피곤했고, 아무것도 하기 싫었다. 주말에 있는 모든 일정이 과업처럼 다가왔다. 온라인으로 하는 알고리즘 스터디만 빼고. 과업을 다하지 않는 사람이 되는 것이 더 싫었기 때문에 집밖으로 나섰다.
 
첫 번째 멘티는 처음으로 수학 2등급 시험지를 보여주며, 하루 순공 10시간을 하고 있다는 놀랍고도 기쁜 소식을 들고 왔다. 두 번째 멘티는 그 어느 때보다 적극적인 수업 태도를 보여줬다. 반 년만에 보는 한 친구와는 고민과 생각을 나누다 보니 힐링이 되었다.
 
두 달 전부터 Chat-GPT 때문에 시끌시끌하다. 그때는 같은 반에서 한두 명만 쓰던 페이지를 이제는 모르는 사람이 없다. AI 관련 직무에서 일하는 지인은 이 채신 기술을 접목한 서비스 개발에 여념이 없다. 나는 요즘 Chat-GPT 때문에 두렵다. 5년 안에 단순 코더의 설 자리는 사라질 것이다. 라는 이야기를 들어 왔지만, 나의 대체 불가능함을 어디서 증명할 수 있을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언젠가는,
가급적이면 빨리,
되도록이면 많은 경험을 쌓은 채로,
새로운 맵으로 통하는 포탈을 타야 할 것이다.
 
그 포탈에 어울리는 키워드는
"노력과 과업"보다는
"모험과 발견"일 것 같다는
묘한 기대를 주는 이번 주말,
그리고 지듣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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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youtube.com/watch?v=L4KAQVcDbvo&list=RDL4KAQVcDbvo&start_radio=1 

마음이 참 몽글몽글해지는 영상이다. 지금껏 최적이라고 생각하는 모습과 행동으로 상황에 적응하려고 했고, 어느샌가 익숙해졌으며, 습관으로 자리잡았다. 그래서 '교수님 하면 잘 어울릴 것 같다, 로봇 같다'는 말을 많이 듣는 편이다. '칭찬 맞겠지?' 의문과 함께 어느 정도 만족하는 편이지만, 기왕이면 일상의 사소하면서도 특별한 순간들을 남기고 나눌 줄 아는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 영화 속 인물들처럼. 그리고 내가 가장 존경하는 사람처럼.

 

보통은 꿈을 이루기 위해 집을 나서서 길을 걸어가는데, 바람을 타고 하늘을 날으며 집을 꿈의 장소로 옮겨놓는다는 발상이 정말 아름다운 영화다.

 

풍선 장인 할아버지의 큼지막한 손가락이 어루만진 문구. 인생이라는 커다란 모험을 함께한 동반자에게 건넬 수 있는 최고의 찬사가 아닐까?

Thanks for the adventure - now go have a new one!

 

 

배는 항구에 있을 때 가장 안전하다.
하지만 그게 배의 존재 이유는 아니다.
- 윌리엄 G. 셰드

 
오랜만에 찾은 캠퍼스에는 곳곳에 봄꽃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날을 거듭할수록 집을 나설 때나 집으로 들어갈 때 하늘이 점차 밝아지는 것을 보며, 봄이 곧 오겠거니 기대는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오늘 봄이 왔음을 우연찮게 보게 되니 왠지 낯설었다.

 

졸업장을 받고 졸업복을 입고 학사모를 썼다. 대학이라는 울타리에 막 들어왔을 때에는 처음 만난 동기들과 함께 과잠을 입고 다녔다. 7년이 지난 오늘은 졸업의 표식을 둘러쓰고 축하를 나눴다. 그러는 와중에도 졸업은 왠지 와 닿지 않았다.
 
내가 아는 것이 맞다면, 유예가 가능한 졸업은 대학교 졸업이 유일하다. 이전까지의 졸업들이 한 울타리에서 다른 울타리로 넘어간다는 의미였다면, 이번 졸업은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이번 울타리의 너머에는 다른 울타리가 없다. 나는 울타리가 없는 상황을 떠올리다 보니 자연스레 졸업 유예를 생각하게 됐다. 준비가 안 된 채로 밖으로 나서기는 언제나 두려우니까.
 
사실은 졸업을 받아들이기 싫은 것이 맞다. 오랜만에 찾은 캠퍼스의 가파른 언덕보다 더욱 거칠 듯한, 캠퍼스 너머의 파도가 막막하게 다가왔다. 그래서 준비가 안 되었다는 핑계를 대며 울타리 밖으로 나서는 일을 미루려 했다. 그러나 준비된 인재를 양성하는 모 교육 프로그램은 졸업을 요구했고, 급하게 요건을 맞춰서 졸업하게 되었다. 역시나 준비는 누군가 시켜주는 게 아니라, 내가 직접해야 하는 것임을 실감하는 요즘이다. 그리고 준비가 안 된 채로 상황을 맞닥뜨려 본다면, 다음에는 비슷한 상황을 위한 준비를 가장 잘 할 수 있다는 것도.
 
기록을 하면 기억하지 않아도 돼서 안심이 된다. 시원섭섭함, 먹먹함, 아쉬움. 그밖에 뭐라 표현할 지 몰라서 그냥 '만감이 교차한다'고 둘러댔던 모든 감정들. 전부 빼고 오늘의 즐거움과 고마움만 기억으로 남았으면. 그리고 조금 더 욕심을 낸다면, 울타리 너머의 여정 중에도 곳곳에 봄꽃이 피어오르면 좋겠다.
 
예상보다 더 따뜻하고 화창해서 좋았던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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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야 할 것을 해 나가는 과정에서 마주하는 고민은, 경험상 크게 다섯 가지로 나뉜다.

# 동기 부여를 어떻게 할까

# 이만큼 시간 투자하면 충분할까

# 내가 모르는 더 좋은 방법이 있지 않을까

# 다른 사람, 혹은 어제의 나와 비교했을 때 지금 나는 어디에 있는가

# 내가 당장 이걸 시작/지속한다고 해서 기대와 현실이 일치할 수 있을까

이런 고민들은 행동의 방향을 잡는 데 도움을 준다. 하지만 행동을 일단 미루는 데 타당한 핑계가 되어주기도 한다. 행동 이전에 먼저 결론지어야 하는 문제라는 생각에 갖히고 헤매다 보면, 어느샌가 행동은 딴 세상 이야기가 되어 있다. 행동은 경험과 학습으로 이어지지만, 고민은 또 다른 고민으로 이어진다.

어디선가 본 매체는 "개발자는 미래를 예상하는 게 아니라 약속을 믿는다"라고 말했다. 개발을 하지 않는 개발자. 어쩌다 이렇게 되었는가 돌아보면, 불확실한 결과를 두려워하며 의존했던 동기-시간-방법-비교-기대 라는 다섯 가지 핑계가 떠오른다.

당장 내게 유익한 고민은 단 한 가지인 것 같다. 행동을 통한 경험이 꼭 선행되어야 할 수 있는 물음

* 지금 내가 이걸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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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 to 싸피 to 집

1월 4일부터 싸피 9기 과정을 시작했다. 명지에 자리잡은 최저가 원룸을 알아보며 들떴으나, 앞으로를 위해 돈을 최대한 모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냥 매일 3시간 반 정도의 왕복 통학 시간을 감당하기로 했던 터다. 그 시간 동안 생산적인 일을 하면 돈도 굳어서 좋다고 생각했지만, 통학 버스 안에서 내 반고리관은 멀미를 일으킬 만큼 취약했다. 자연스레 버스 안에서의 시간은 음악을 듣거나 멍 때리는 시간이 되었다. 집에 돌아와서 보내는 시간을 치열하게 보내려면, 운동을 체계적으로 해서 체력을 길러야 할 것 같다. 통학 버스를 놓치면 큰일 나기 때문에, 아침 6시에 기상하는 생활 패턴도 자리 잡혀 가고 있다. 십수 년간 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만 했던 '아침형 인간 되기'를 어쩌다 보니 하게 되었다. 역시 보상과 처벌만큼 강한 동기는 없는 듯하다. 

 

# 발표 불안 극복 ing

'싸피를 실패할 기회의 장으로 여기자'라는 다짐을 선택의 순간마다 생각했던 것 같다. 그래서 자신 없는 와중에도 자원해서 몇 번의 발표 기회를 얻었다. 아이디어톤을 하면서 우리 팀의 아이디어와 프로토타입을, 다른 팀들의 유려한 ppt에 비해 상당히 미니멀한 장표를 가지고 떨리는 목소리로 발표할 때에는, 가장 많은 사람들의 웃음과 질문을 얻어냈다. 내 목소리가 마이크로 어떻게 출력되는지 확인하려고 "아,"  했을 때 자잘하게 일던 사람들의 웃음과 요동치기 시작하던 심장은, 잊지 못할 첫 발표의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 메소드 오버로딩과 오버라이딩의 차이에 대해 발표할 때에는 가장 많은 박수를 얻어냈다...고 한다. 소나무를 클래스로 관리할 때 필요한 특성들을 발표할 때에는 사고 방식이 가장 독특하다는 교수님의 평가를 받았다. 이같은 일련의 과정 속에서 발표는 더 이상 '내 약점이 드러나면 어쩌지? 절대 실수하지 말자' 같은, 불안의 소용돌이가 아니었다. '내 발표가 가치 있으려면 어떻게 하지? 이것만큼은 분명히 전달하자' 같은 방법론에 몰두하다 보니, 즐길 수 있었다. 물론 그런다고 긴장감이 사라지지는 않았지만, 끝났을 때 적잖은 효능감이 찾아왔다.

 

# MBT'I' in 많은 사람들

9 to 6 내내 사람들과 어울리며 생활하고 작업하는 것이 꽤 커다란 자극으로 다가온다. 무엇이든 '혼자' 하는 것이 편하지만, 동기들과 '같이' 하는 것 역시 생각 이상으로 편했다. 물론 맞춰 가는 과정에서 쌓이는 피로감에는 어느 정도 적응해야 할 것 같다.

 

# 많은 사람들 in SSAFY

정말 다양한 사람들과 어울릴 기회인 것 같다. 대학에서 경험하는 것보다 더 넓은 스펙트럼의 사람들을 만나고, 친해질 가능성도 더 열려 있는 것 같다. 협업, 그리고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소프트 스킬은 지금 내게 가장 부족하면서 가장 필요한 것이기에, 많이 부딪혀 볼 것이다.

 

# 비전공자반에서 전공자반으로

분반 테스트 결과 Java 전공반으로 이동하게 되었다. 일주일간 비전공자반에서 스타트 캠프를 하며 친해진 동기들과 다른 반이 된 것이 아쉬웠다. 오며 가며 이야기를 나누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래고 있다. 전공자반 사람들과도 친해지려고 노력중이다. 좋은 사람들이 참 많은 것 같다.

 

# 이제 본 과정 시작이다

매 순간 치열하게 배우고 익히는 것을 목표로 하자. '주말에는 잠을 좀 많이 자둬라' 하시던 교수님의 말씀도 잊지 말자.

"올해 목표가 뭡니까?" 지난 2월, 그 질문에 나는 답했다. "입사 시험 2차까지 붙는 겁니다." 그러나 그 목표를 이루지는 못했다. 비겁했기 때문이다. 누구나 이름만 들어도 알 법한 회사의 일원이 된다는 것은 여전히 먼 미래의 일 같았고, 1차 시험 합격이 그 어느 때보다 확실한 상황에서도 2차 시험은 준비하지 않았다. 공교롭게도 2차 시험 날짜는, 몇 달 동안 준비했던 어느 대회의 예선 날짜와 겹쳤다. 실패할 기회를 저버리면서도 한 치의 아쉬움 없었던, 오히려 안심했던 그때. 그때 느꼈던 편안한 마음이, 지금 나를 불편하게 한다.

올해, 목표보다는 습관의 힘을 많이 경험했다. 아마 목표를 향하기 보다는 습관을 따르는 일을 더 많이 해서 그런 거겠지. '무슨 일이 있어도 하루에 한 문제 풀기'라는 일상의 대원칙은 기분 좋은 변화를 불러왔다. 같이 스터디하는 사람들에게 인정 받고, 나를 모르는 사람이 나를 팀원으로 선택할 근거가 생겼고, 꾸준한 몰입 속에서 배우는 것 역시 많았다. 작심 삼백일을 넘겼다는 사실 자체로도 적잖은 뿌듯함을 준다.

무엇보다, 습관 덕택에 '앞으로 뭐하고 지내지'에 대한 고민이 사라졌다. 싸피에 합격하기 위한 일련의 절차들 속에서, 그 습관이 결정적인 기여를 하지 않은 것이 없다. 그 모든 과정에 떨리는 마음으로 임했지만, 매일같이 하루에 한 문제는 풀어왔기 때문에, 자신감을 갖고 설득력도 챙길 수 있었다. 운 좋게 최종 합격이라는 결과까지 얻었고, 다음주부터 시작될 새로운 일상을 기대하고 있다.

"올해 목표가 뭡니까?" 다가올 한 해에는 같은 목소리를 들을 수 없을 것이다. 신년이라고 달력을 선물해주시던 그 단골 손님은 외상값도 갚지 않고 발길을 끊으셨으니까. 일단 그 대답은 생각하지 않으려고 한다. 다만 좋은 습관을 많이 만들어서 지키려고 한다. 그러려면 꾸준함을 넘어 한 가지 키워드가 더 필요할 것이다. 실패할 기회들 속에서 일상을 마주하자. 내년의 발견은 치열함이 될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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